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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고객일기...

가인하우스달삼점 2013. 2. 3. 10:03

종로 목욕탕에서

“차카게 살자”
배운 것 없어 맞춤법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얼마나 선(善)하게 살고 싶었으면
전도(傳道) 선전(宣傳) 광고를 온몸에 새겼을까
차칸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대중탕을 풀장 삼아 개헤엄치고 있다

실 실 빠져나가는 욕객(浴客)의 얼굴에는
저런 새끼를 염라대왕은 왜 안 잡아가
똥 씹은 내색(色)이 분명(分明)하지만

오천 원 입장료 뽕을 빼려는지
비좁은 구석빼기 옹기종기 모여 앉아
거울 보며 상투를 트는지
도무지 소리가 없다

이렇게 절간 같은 편안한 대중목욕탕이
세상에 어디 또 있으랴

차카게 살자는 놈이 말을 걸어왔다
“어이 중은 지 머리 못까끈다는데..,”

모조(模造)로 착한 내가 말을 받았다
이런 잠노무자석보게 어따가
반말을 찌끄러분당가
자네 쌍판때기 좀 봐불게 핑 나와 보소

“차카게 살자” 욕객은 착하게 나온다
제가 잘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차카게 빠져나간 풀장에 조용히 앉았다

좋은 것은 짧은가 보다
이렇게 불편한 목욕탕이
세상에 또 있으랴
다방도 되고 노래방도 되고
시민당산(市民黨社)지 탄핵파병이 시끄럽다

아아
나도 문신을 해야겠다

“차카게 때만 밀자”

2004. 7. 5. 취산 최정순.


욕을 한죄로 반야심경을 읊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