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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가인하우스달삼점 2013. 8. 27. 12:21

몇년 전의 일이다. 문득 그저께 원 사우나 남탕 탈의실에서 손님이 헐레 벌떡
뛰어 오면서 내 휴대폰 어딨냐고 하길래 평상위에 있던 신형 휴대폰을 건네 주면서
간수 잘하세요...ㅎㅎ 그 때 일이 생각나  몇년 전 읽었던 걸  몇자 적어 봅니다.

오늘의 목욕탕 광경을 보며 9년 전 어느날을 생각했다.
당시 히트 중인 '파리의 연인' 주제곡이 내 핸드폰 컬러링이었다.
파리의 연인이 울릴 때마다 옆에서 듣고있는 사람들은 최신 유행의
내 음악감각을 하나같이 칭송해 마지않았다.

그 때가 마침 여기 태안에 내려오기로 하고 한창 집을 짓고 있을 무렵이었다.
줄줄이 공사판이 이어지니 서울서 출퇴근 할 수 없을 바에야 사우나
찜질방이 안성마춤이어서 서산의 금강산 보석사우나를 내집 드나들듯
애용했다.

 

 

 



그 어느날, 수면실에서 자다가 보니 머리맡에 놔둔 핸드폰이 사라졌다.
공중전화기로 달려가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신호는 가는데
받질 않았다.

얼마 전에 바꾼 LG 신형이어서 되찾기로 작정을 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 오후에 분실된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은 상대방의 통화목록을 입수했다.
심증이 가는 몇군데를 골라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자주 통화를 한 곳중에 하나가 결국 '그 녀석'의 집이었다.
펄쩍뛰는 '그 녀석'의 엄마를 설득하여 중학교 2년생인 '그 녀석'과 가까스로
통화를 할수 있었다.

"내 핸드폰 돌려줘야지."
"........"
"태안 버스터미널 앞에 LG텔레콤이 있어. 거기 맡겨놔줘."

이렇게 해서 분실 사흘만에 회수했다.
그 녀석이 사흘동안 내 핸드폰을 얼마나 열심히 이용했는지 각종 다운로드,
게임 등으로 유료 사용금액이 14만원이었다.
핸드폰 컬러링도 '파리의 연인'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나는 '파리의 연인'을 바꾸지않고 핸드폰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썼다.
결과적으로 핸드폰 컬러링 한번에 14만원이 든 셈이다.

9년이 지난 지금, 중학교 2년생이던 '그 녀석'은 어딘가에서 사회 초년병,
청년이 됐을 것이다.

아 벌써 9년이나.......